논의 상처

그렇게도 징글징글 비가 왔으니 견딜 수가 있었겠는가?

김창승 시인 | 기사입력 2023/10/12 [10:45]

논의 상처

그렇게도 징글징글 비가 왔으니 견딜 수가 있었겠는가?

김창승 시인 | 입력 : 2023/10/12 [10:45]

며칠째 두문불출했더니 제일 보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은 금내리에 있는 작은 논이었다.

 

▲ 구례군 토지면 금내리 들녘  © 김창승 시인

 

주인 발걸음 소리를 반기는 들녘은 물기를 끊은 채 금싸라기 황금빛을 엮어가며, 그야말로 대서사시를 쓰고 있었다. 이런 맛에 가을, 이런 멋에 가을 했겠지. 감탄사가 절로 나는 들판이다.

 

▲ 구례군 토지면 금내리 들녘  © 김창승 시인

 

그런데 저 꼴은 무엇인가. 검은 멍 자국처럼 군데군데 말라 주저앉은 논의 상처는 처음이다. 고수들 논도 마찬가지이다. 논에서 평생 살았던 그들도 저런 잎마름 병은 처음이란다. 그렇게 뜨겁고 그렇게도 징글징글 비가 왔으니 견딜 수가 있었겠는가? 

 

▲ 구례군 토지면 금내리 들녘  © 김창승 시인

 

저만해도 다행이지… 농부네들 말씀이 흐리다 참 이상한 여름을 지나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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